세계를 향해 출병하는 정예군단, 제니퍼소프트

지난 5월 자바원 컨퍼런스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던 제니퍼소프트. 당시에 미국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란 이야기만 들었을 뿐
그 이후에는 별다른 소식을 들을 수 없어 이번 달 마소의 옆자리에 초대해 보았다. 기술력으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인 제니퍼
소프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 정희용 기자 flytgr@imaso.co.kr, 사진 | 염정호 실장

세계를 향해 출병하는 정예군단 제니퍼소프트(JENNIFERSOFT)

가산 디지털 단지의 한 벤처타워. 제니퍼소프트의 사무실로 들어서려다 발길이 멈칫거렸다. 사람 키를 훌쩍 넘긴나무와 사무실을 가득 매우고 있는 화분들 탓이다. 반갑게 맞아주는 낯익은 얼굴들이 아니었다면 사무실을 잘못 찾은줄 알 뻔했다. 개발회사라면 높은 파티션과 일렬로 늘어선 책상이 먼저 떠오르지 않던가. 제니퍼소프트는 얼마 전부터파티션을 없애고 책상도 아예 네 개씩 붙여서 동그랗게 마주보고 앉아 일을 하고 있다.

직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려면 먼저 눈앞의 벽부터 허물어야겠다는 이원영 대표의 생각때문이다. 근무 시간의 잡담을 조장하는 것 또한 이 대표다. 대화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이며 마음이 이어져야 비로소 한 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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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이원영 대표의 별난 발자취

이원영 대표는 90년대 중반부터 업무에 자바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한 소위말하는 자바 1세대다. 자바를 엔터프라이즈에 적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설왕설래 하던사이 그는 이미 LG EDS (현LG CNS)에서 프레임워크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공을 쌓은 장본인이다. 당시만 해도 프레임워크에 대한 개념은커녕 자바에 대한 자료마저 턱없이 부족하던 때였다. 그만큼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의 가치가 클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내 웹 사이트에 자신이 그동안 모으고 정리한 정보들을 올렸다. 그렇게 올리던 정보가 늘어나다보니 어느덧 회원들도 따라 늘더니 사내 웹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회원이 400명을 넘어섰단다. 그 후 IBM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LGEDS의 보안상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제외한 자료들을 자신이 만든 공개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요즘처럼 쉽지 않았다. 십 원 하나 득 되는 일도 없을 텐데 수백만 원짜리 컴퓨터를 맞춰서 IDC 센터에 잡아넣고, 매달 20~30만원씩 사용료를 내 가면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자바서비스넷(www.javaservice.net)이다.

그 덕분에 한국 자바개발자들의 발전에 큰 보탬이되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당시 주위사람들은 그를 보면서 참 별나다고 했을 것이다. 번듯한 직장엘 다니며 잘 나가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 시간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사람 저사람 물어오는 질문들에 정성스레 답을 달아주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터다. 그런데, 그런 별난 짓을 하는 사이에이원영 대표는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한국IBM에서 성능장애 진단과 문제 분석 업무를 담당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커뮤니티를 통해 국내의 다양한 엔터프라이즈 담당자들과 소통하다보니 외산 APM 솔루션들의 약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업 아이템으로도 그럴듯해 보였다. 보통은 개발자가 사업을 시작하면 열 명중 여덟아홉은 망한다고들 한다. 또, 개발자가 사업을 하기에는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많을 것도 불 보듯 훤한 일. 하지만 그의 결단은 단호했다.

남들은 못 들어가서 몸살 나는 회사를 걷어차고 나와 영업담당자와 단 둘이 회사를 차리고 국산 APM 솔루션 개발에 돌입한 것이다. 그리고 2년 6개월. 전 직원이라고 해봐야 10명도 안 되는 제니퍼소프트가 골리앗급 외산 벤더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하여 국내 APM 시장의 70% 이상을 확보하고있다. 이쯤 되면 만족할 만도 한데 이 대표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한국 개발자의 매운 맛을 세상에 보여주겠다며 지난 해 9월에 일본에 지사를 설립하더니 벌써 후지쯔에 납품을 시작했고, 히다치와 마루베니 등과의 성과도 가시권에 있어 연내에 20억 매출을 예상하고 있단다.

얼마 전에는 샌프란시스코에 미국 지사도 설립했다니 그의 거침없는 도전 하나 하나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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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힘은 경험과 기술력

제니퍼를 만든 개발자는 놀랍게도 두 사람이다. 이 대표가 제니퍼의전체적인 방향과 틀을 잡았다면, 거기에 혼을 불어넣은 장본인은 김성조 이사다. 김 이사는 LG CNS에서 2년짜리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실력을 갈고 닦은 후 성능 테스팅 진단과 최적화 업무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개발고수다.

회사 설립 후 6개월 뒤에 합류한 김 이사는 이 대표의 골머리를 썩이던 바이트코드 인스트루먼테이션 구현을 며칠 만에 해결해 버렸단다. 그 후 외산 APM 솔루션을사용하며 불편해하던 기억과 삽질하던 경험들이 제니퍼 개발의 아이디어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적용된 것이 제니퍼하면 떠오르는 XView(응답시간 분포도)와 클래스 바이트코드 핸들링 기능 등이다. 또, APM 개념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CRUD 매트릭스를 제니퍼에 도입시켰다. URL이 어떤 테이블을 액세스하는지 체크해 주는 CRUD 매트릭스는 보통 형상관리 쪽에서나 사용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자신이 트러블 슈팅을 하러 다녀본 결과 이 기능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만들어낸 기능이다. 이처럼, 김 이사의 실무 경험을 살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APM 솔루션을 만들었으니 실무자들이 마다할리 없다. 간혹 복잡한 관리 환경에 익숙한 실무자들이 낯선 X-View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일단 써 보라고 던져두고 오면 얼마 후 쓰겠다는 연락이 온단다.

기술은 만국 공통어

이 대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기술은 만국 공통어’라는 말이다. “한국 개발자들 정말 대단합니다. 자신감과 기술력만 있다면 글로벌 기업도 만들어낼수 있다는 것을 후배 개발자들에게 확인시켜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기 위해 점점 더 큰 시장에 도전해 가고 있다.

사실 이 대표는 제니퍼를 설계할 당시부터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와 프랑스어,중국어, 일본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가고자하는 꿈을 키워왔단다. 그런 노력들이 쌓인 덕분일까? 전 세계 IT인들이 모인다는 자바원에서 제니퍼를 선보이자 액센추어와 IBM, 오라클, 썬 등의 컨설턴트들이 제니퍼와 한국 솔루션의 신선함에 관심을 보냈단다. 이 대표와 그의 정예군단 제니퍼소프트의 행보는 무척이나 빠르다. 미국 지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와중에 이미 인도에 R&D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금은 자신이 그려놓은 지도에 따라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본사를 실리콘 밸리로 옮겨서 세계 시장을 목표로 달려보고 싶다는 이원영 대표의 꿈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