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을 지키며 일하는 3가지 방법
4시의 스웨덴의 도로는 퇴근을 하는 차들로 북적인다. 스웨덴의 도시교통부는 오후 3시 부터 ‘러쉬 아워(Rush Hour)’가 시작되어 6시 이전에 끝나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지정해두고 있다. 스웨덴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유연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 혹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만 회사에서 근무하도록 지정하고 있다. 아이가 있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의 학교가 마치는 3시에 퇴근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혹은 아이가 아플 경우 언제든지 병가를 낼 수 있다. 또한 육아 휴직으로 한 아이 당 480일간의 기간이 주어지게 되어 근무일 수로만 계산하면 2년 가까운 시간을 쓸 수 있게 제도가 마련되어있다.
이처럼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시간을 계획하여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스웨덴의 업무 생산성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근무시간에 메신저를 이용하여 잡담을 나누거나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는 등의 업무에 관련되지 않은 일을 철저히 차단한다. 다시 말해 스웨덴의 근로자들은 근무시간 동안 온전히 업무에만 집중하여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에만 근무하더라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업무 환경은 어떨까? 최근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연간 노동시간(2069 시간)에도 불구하고 최하위권의 노동생산성(28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에서 자행되고있는 긴 근무시간과 야근 문화는 개인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되고 이는 결국 업무 생산성 역시 하락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회에서는 정해진 근무시간 안에 업무를 완료하고 퇴근 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업무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멀티태스킹 대신 하나의 업무에 집중
현대의 지식 노동자들은 이메일, 메신저, 그리고 미팅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방해요소들 속에서 업무를 진행해야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직장인들은 종종 여러가지일들을 한번에, 그리고 함께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멀티태스킹은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멀티태스킹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주어진 업무를 더 많이, 빠르게 끝낼 수 있게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심리학 학술자료에서는 멀티태스킹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있어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런던 대학교 연구에 의하면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의 IQ 지수가 15점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은 결국 일반 성인의 IQ 지수를 평균적인 8살 아이의 IQ 지수로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멀티태스킹은 가장 피해야할 습관이다.
2. 메신저로 진행하는 업무는 그만
제한된 시간안에서 최고의 업무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먼저 피해야할 것은 카카오톡이나 잔디, 슬랙,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와 같은 메신저를 이용해서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업무 방식은 누구나 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무분별한 메세지가 양산됨으로써 사생활과 직장생활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비스 노동자의 47%가 휴일이나 퇴근 후에 업무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업무를 메신저를 통해서 진행하게 되면 순간순간 필요한 요청과 새로운 안건들, 그리고 팀원들간의 잡담들이 뒤섞여 전체적인 업무 맥락 파악이 어려워진다. 업무 파악을 위해 담당자를 다시 확인하거나 업무 진행상황에 대해서 재차 물어보게 되는 등 너무 많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발생해 불필요한 커뮤케이션 비용이 발생된다. 결국 메신저를 회사 내에서 주요 업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퇴근 시간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에 워라밸을 지키위해서는 협업 시 업무 수단의 선정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한다.
3. 너무 많은 미팅 지양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기업들은 연간 30억개의 미팅을 가지며, 기업의 임원들은 그들의 40~50%의 시간인 23시간 정도를 매주 미팅에 투자하고 있다. 미팅에 참여하는 90%의 직원들은 미팅 중에 다른 생각에 잠겨있었다고 고백하며 73%는 미팅 중에 다른 업무를 보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의미 없이 너무 많은 미팅을 가지는 것은 미국에서만 370억 달러(대략 45조원)의 기업적 손해를 입히고 있다.
국내 역시 예외는 아니다. 많은 직원들이 미팅을 위해 자료 조사를 하고, PPT를 만들고, 발표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미팅 준비’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러한 불필요한 형식을 제거한다면 미팅은 지금 보다 간단하게 진행되고 마무리 될 수 있다. 실제 아마존(Amazon)의 제프 베조스는 회의 시 PPT 활용을 금지하고 워드나 문서 형태로 내용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No powerpoint’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하나의 문서(원페이지)에 미팅의 목적이나 사전 조사 자료를 작성하는 것 만으로 PPT나 미팅 자료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워라밸은 업무 생산성 향상에서 부터
뛰어난 워라밸을 자랑하는 회사로 유명한 ‘배달의 민족’ 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은 주 4.5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오고 있다. 각종 언론에 훌륭한 복지와 기업 문화로 유명해진 ‘제니퍼 소프트’ 역시 주 35시간 근무제에 자율 근무와 자율 출퇴근을 장려한다. 이에 더해 회사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시간 역시 하루 근무시간에 포함된다. 이들 회사는 워라밸적인 면에서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기업으로서의 성과도 뚜렷하다.
그러나 워라밸이 훌륭하다고 해서 업무가 느슨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 인터뷰에서 우아한형제들의 실장은 “우리는 워라밸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과를 중요시하는 회사”라고 했고 제니퍼소프트 역시 워라밸의 일환으로 주어지는 모든 혜택과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업무 성과 뿐만 아니라 서로 존중해주는 문화, 그리고 개인의 발전에 대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직원이 업무에 100% 집중해서 성과를 내고 이에 대해서 회사의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때에 워라밸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 혹은 워라밸을 실천해나가기 위해서는 근무시간을 줄이고 해당 시간안에 집중력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52시간 근무제와 같은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적인 움직임과 함께 회사나 팀 차원에서의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집중력있게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협업 방식, 협업 문화, 협업 툴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예린 / 콜라비 Contents Marketing Manager